시(時) 이야기 96

봄의 시작

겨울의 한기가 창문에 막혀 서성일 때 창문 너머로 햇살이 눈부시게 찾아 들면 어디선가 봄의 향기가 나는 듯 하다. 아직은 동장군의 기세에 봄의 기운이 몸을 움츠리지만 한낮 태양의 따뜻한 표정에서 거리를 오가는 여인들의 옷차림에서 봄의 전령은 먼저 찾아 든다. 성급한 나무들은 눈망울을 틔우고 겨울에 저항하며 봄을 재촉하고 집안에 갇힌 화초들은 싱그러운 공기와 햇살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즐거운 외출을 준비한다. 먼 산 높은 곳에 쌓인 흰 눈들도 이제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새싹을 틔울 생명수로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겨울에 갇혀 소리 없이 흐르던 시냇물도 용기를 얻어 푸른 하늘을 만나기 위해 막아선 빙판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봄은 그렇게 자연의 모습과 우리의 표정을 바꾸어 놓고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어 서둘..

내 마음속 선과 악(4)

내 마음속에 선과 악이 공존하며 이 세상에도 선과 악이 공존한다. 내 마음이 한없이 선해지면 나는 천사가 되고 내 마음이 한없이 악해지면 나는 악마가 된다. 가난한 사람을 보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가슴 깊숙이 일어날 때 불편한 사람을 보고 내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도와주고 싶을 때 약한 사람을 보고 그의 편에서 그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싶을 때 이 사회에 사랑이 필요한 곳에 자발적으로 봉사의 마음이 일 때 내 마음은 선해지고, 내가 바로 천사가 된다. 누군가가 나를 해하려 할 때 인내심을 잃고 적개심이 일 때 누군가의 성공에 시기심이 생겨 질투로 그를 해하고 싶을 때 재물을 보고 탐욕과 더 큰 욕심으로 자신을 잃을 때 이쁜 여인을 보고 음흉한 생각과 욕망으로 마음을 잃을 때 내 마음은 악해지고, 내가 곧..

아버지

어릴적 아버지는 위엄과 권위로서 우리를 대하셨다. 아마도 자식들을 엄격하게 교육시키려 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늘 무서운 존재로 기억되었고 피해 다녀야만 했다. 어린시설 아버지는 애정을 숨긴 체 우리를 사랑하셨던 것 같다. 대학시설 아버지는 무서움이 약해지셨고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멀리 떨어져 생활했기에 가끔씩 만날 때 면 자식에 대한 사랑을 조금씩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예전의 엄격하셨던 습관이 남아 있었어 인지 무뚝뚝 하셨지만 표정에서 난 아버지의 사랑을 느꼈고, 그런 아버지가 나는 좋았다. 사회인이 되고 이젠 아버지는 예전의 젊고 건강한 아버지가 아니셨다. 사회생활로 보는 기회가 적어졌고, 일년에 몇 차례 정도만 볼 수 있었고 그때마다 조금씩 약해지시는 아버지. 흰머리는 늘고, 이마에는 깊은 주..

어릴적 사랑이야기

어릴 적 새 학기가 되면 누군가 내 짝이 될까 밤새 설레임 속에서 뜬눈으로 지세 웠었네. 어쩌다 마음에 둔 어여쁜 여자애가 남의 짝이 될까, 어린 사랑을 잃을까 불안함을 감춘 체 주변을 이리저리 서성거렸네. 우연히 같은 책상에 앉게 되는 날이면 기쁨 속에서 무관심과 냉정함으로 대하고 선, 토라져버린 소녀의 등뒤에서 나는 바보 같은 자신을 미워하며 하루 종일 후회로 보냈었네. 때때로의 가벼운 스침은 나를 당황시켰지만 어린 남자의 자존심은 떨림을 애써 숨긴 체 그를 화난 표정으로 대하였고 어쩌다 책상 넘어 밀려온 책들을 짜증스레 밀쳐내고 투정을 부렸던 그때의 어리석은 행동이 내가 표현할 수 있었던 어린 시설 동심의 사랑 이였음을 그때 그는 알고 있었을까! 어른이 된 지금 먼 과거 속의 추억들이 그리움 되어 ..

간호사

건강한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 신체는 병들고 정신은 나약해진 조금은 부족한 사람들의 집합소인 병원 밝은 부분보다 어두운 면이 많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그늘진 공간이다. 그곳에서 희망과 용기를 만드는 사람들 절망의 늪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만들고 포기의 삶 속에서 재기의 용기를 심어주며 자기 희생보다 타인의 건강을 기원하며 아름다운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 간호사여… 환한 웃음은 태양보다 희망차고 따스한 미소는 어두운 마음 밝히고 아름다운 마음은 잃어버린 회복의 의지를 복 돋우고 온정의 손길은 식어가는 생의 기운을 회생시키니 그대는 어떤 명약보다 효염 있는 인약이여라 돈보다도, 명예보다도 고귀한 이상으로 어떠한 보상도, 혜택도 바라지 않으며 자아실현의 욕심도 추구하지 않는 숭고한 사랑으로 헌신적인 삶을 실..

사람이 사람에게---이채

꽃이 꽃에게 다치는 일이 없고 풀이 풀에게 다치는 일이 없고 나무가 나무에게 다치는 일이 없듯이 사람이 사람에게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꽃의 얼굴이 다르다 해서 잘난 체 아니하듯 나무의 자리가 다르다 해서 다투지 아니하듯 삶이 다르니 생각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행동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니 사람이 다른 것을 그저 다를 뿐 결코 틀린 것은 아닐 테지 사람이 꽃을 꺾으면 꽃내음이 나고 사람이 풀을 뜯으면 풀내음이 나고 사람이 나무를 베면 나무내음이 나는데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면 사람내음이 날까 ~~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되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 없으되 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유미성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애절한 말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보고싶다는 말보다 더 간절한 말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벗어나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숨어있던 그대만을 위해 쓰여질 그 어떤 말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대만을 위한 아주 특별한 고백을 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난 오늘도 여전히 그대에게 사랑한다는 말밖에는 그 어떤 그리움의 말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늘 언제나 그대에게 쓰는 편지의 시작은 사랑하는, 보고싶은, 하지만 그 마음 너무나도 따뜻한 그대이기에 그대를 위해 쓰여진 내 평범한 언어들은 그대 마음속에서는 별이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가 됩니다.

달라지는 눈의 모습

눈이 내린다 먼 과거 어린시설의 나에게 눈은 오래토록 기다린 반가운 친구였지. 추위의 기세에 눌러 집안에 있던 나를 불러내고 많은 놀이를 가져다 주였고 나는 눈사람이 지키는 눈의 나라의 왕자가 되었지... 손이 시리고 귀가 얼어도 그것은 기쁨속의 작은 방해에 지나지 않았네 눈은 그렇게 겨울이 주는 행복한 선물 이였지... 눈이 내린다. 젊음의 시간속에서의 나에게 눈은 여전히 기다려지는 겨울의 모습이였지 누군가와의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소원했던 날이였고, 그 누군가와 눈 내리는 거리를 거닐며 사랑을 키우고 맞잡은 손사이로 흐르는 따듯한 체온으로 추위를 이기고 싶은 날이였지... 눈 오는 날은 젊은날의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미래를 그리고 싶은 소망의 날이였지... 눈이 내린다. 젊음을 잃어가는 시간속에서의 나..

목마와 숙녀---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

별 헤는 밤---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경,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