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時) 이야기 96

나의 여인(2)

언젠가 봄 아지랑이 밟으며 지나간 여인을 혹시나 잊을까.. 내 멋대로 이름 지어주고 외롭고 쓸쓸한 날이면 내 여인처럼 부르는 그대여... 벌써 그날에 태어난 새싹들은 황혼의 노을처럼 곧 사라질 것을 애석해 한 듯 깊은 고독을 피우고 서늘한 바람은 마음속을 지나지만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그대여... 내일이면 찾아올 찬 서리 눈보라로 외로움조차 굳어지고 그리움마저 얼어버려도 또 다시 그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새 생명처럼 되살아나는 나의 사랑이여... 그에 대한 생각 잠시 멈춰지고 그에 대한 관심 때론 작아져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그대여... 내게도 허락된 인연이 있다면 소중한 이로 간직하고픈 나의 여인이여...

동심의 꿈

어린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어둠속의 큰 별을 찾아 나로 하고 또 다른 이쁜 별을 찾아 너로 하며 커서 어른이 되면 같이 하기를 소원하던 시절... 혹시나 그 별이 떨어질까 걱정하고 사라져버릴까 매일 매일 지켜보고 구름이 지나는 밤 어쩌다 보이지 않을 때면 훗날 외톨이 될까 안타까워하던 시절...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 먼 과거의 밤 하늘 속에 소망을 간직한 별은 여전히 빛나지만 아직도 먼 별로 만 남아 있네... 이제는 밤하늘 별을 보는 시간이 줄고 동심은 점점 잃어만 가지만 어둠속 저 별이 빛을 다할 때까지 영원히 나의 별로 간직하고 싶네...

꿈을 찾아서...

어린 시절 저 산 넘어 걸린 무지개가 아름다워 어른이 되면 잡아 보겠노라고 부푼 가슴으로 매일 매일 보냈었네... 어른이 되어 어린시절 꾸었던 꿈을 찾아 무지개를 쫓아서 산을 넘었건만 저 산 너머로 물러나 있네... 이번만은 잡아 보겠노라고 남은 힘을 다해 또 산을 넘었건만 이제는 푸른 창공속으로 흩어져 사라져 버렸네... 시간이 흐르고 또 다시 무지개가 저 산 너머 걸렸건만 산을 넘을 힘과 용기가 없어 그저 바라만 보며 안타까운 마음 달래네..

맴도는 삶

초록의 푸르름을 버리고 자기만의 색깔을 그리는 계절 누구는 태양빛을 조명삼아 찬란하고 어떤이는 대지위에서 먼저 뒹굴지만 선후의 차이 속에 모두가 같음을... 생겨났다 사라져가고 왕성해졌다 시들어버리고 아름다웠다 초라해지는 자연의 순리 속에 숨겨진 공평함이 잠깐 위로의 술잔이 된다... 순회하는 시간속에서 또 다시 삶은 시작되지만 여전히 어제의 삶을 되풀이 하는 오늘 꿈꾸는 새로운 모습은 타인의 이야기로만 들어야 한다... 원하는 것을 버리고 꿈꾸는 것을 포기하고 매년 하나씩 하나씩 잃어만 가는 서투른 내 삶의 모습 언제쯤에나 웃음 지울 수 있을까...

소망

많은 것을 잃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은 보이지 않는 세상의 진실들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잃어버린 시간과 아픈 가슴으로 보내야 했던 인연들... 스쳐 지나간 지난 인연들이 그때엔 그 들이 멀어져 갔다는 생각에 원망 속에서 미워하고 자책도 해보았지만 먼 시간 흐른 오늘 어쩌면 내 자신의 잘못으로 떠나보낸 거라는 생각에 깊은 회한과 미안함이 나를 괴롭힙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옳지 못한 행동과 혼자인 시간 속에서의 잘못된 생각들이 어쩌면 아픔을 주고 믿음을 잃게 하여 함께할 인연이 되지 못했나 봅니다. 이제는 오늘 그리워하는 그 사람만은 과거와 같은 잘못으로 잃고 싶지 않습니다. 진실 된 마음만이 함께 할 수 있는 길이라 믿으며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인내하며 이 기다림의 시간을 극복하게 하소서...

가을풍경

멀리 도망간 하늘 아래에서 뭉개 구름 평화롭게 노닐고 황금빛 들녘과 푸른 창공의 투명한 공간사이로 찬란한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면... 뒤 늦게 피어난 코스모스 반가운 듯 고개 흔드네... 짖구은 바람이 억새밭을 깨워 은빛 출렁이는 물결을 만들면 신 이난 잠자리들이 비행 기술을 뽐내고 풍성한 들판위로 참새들의 약탈이 시작되면 허수아비의 힘겨운 몸짓을 알아차린 농부들이 서둘러 추수를 시작한다... 조금씩 깊어가는 계절을 따라 초록의 잎들이 비단처럼 한 올씩 수 놓고 색의 향연을 펼치며 화려한 축제를 열면 공연의 절정을 보기 위한 관람객들의 들뜬 마음을 실은 관광버스의 긴 행렬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버리고서야 혹한의 추위속에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연의 이치를 알고 있는 수목들이 마지막 생명을 불태우며..

철이 든다는 것

마음속에 생겨나는 수많은 의심과 번뇌들 불연 듯 찾아오는 탐욕과 분노들 그리고 알 수 없는 미소 속에 깃드는 자만과 오만들 예전에는 그저 한순간 머물러 가는 것들이라 자유롭게 마음속을 스치도록 방관 하였거늘... 그러한 나쁜 감정들의 일어남이 자의에 의해 저절로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시험이라는 사실이 왠지 서글퍼진다. 그저 어리석고 철없던 시절 미숙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던 스라린 기억들... 어쩌면 철이 들 어 간다는 것은 과거의 잘못된 경험과 기억의 상처를 치유하며 시행착오의 삶을 또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오늘의 삶을 가꾸어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만들어가는 노력의 과정이 아닐까...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잘못된 것들에 현혹되지 않고 나쁜 마음들로 부터 자유로워질 때 까지 하루..

자화상(1)

작은 티끌 같은 일들이 때론 하늘 전체의 무게로 전해오고 목숨처럼 소중한 일들이 시간의 물결 뒤편에 선 미소로 떠올리는 추억이 된다. 마음과 시간이 만들어 가는 변하는 진실속에서 오늘을 보낸다. 옳다고 믿었던 일들이 때론 잘못된 결과로 돌아오고 불안하고 초조해하며 기다렸던 일들이 의외의 기쁨으로 나타난다. 알 수 없는 미래의 결과 앞에서 분명해지는 내 초라함이 겸손하라 한다. 이미 나에게 주어진 삶이기에 제자리에 고여 섞어지는 물보다 무엇인가를 찾아 헤메다 흩어질지라도 내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지만 넘어서지 못하는 현실의 장벽이 욕심을 버리라 한다. 부족하고 모자라기에 때론 무모한 도전을 하고 내일을 알 수 없기에 고민하며 불안한 선택을 한다. 하루하루 이어지는 내 삶과의 투쟁 언제쯤에나 안정된 나를 ..

비운다는 것

비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비우면 얻을 수 있다는 현자의 말이 진실처럼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진리의 말이 의심으로 우둔한 머리를 채운다. 비워도 생겨나고 지워도 남아있는 애를 쓰면 쓸수록 더욱 더 속박되어져만 간다 비운다는 것은 꿈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탐욕과 집착을 버리라는 것임을 어리석은 해석으로 위안해 본다. 부질없는 욕심으로 나를 괴롭히지 않고 거짓 없는 마음으로 성심을 다할 때 밝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조화

현자의 다스림안에서의 평온보다 때론 우자의 작은 시끄러움이 즐겁고 부자의 풍요로움보다 때론 가난한자의 자유로움이 편하다... 정원의 아름다운 꽃향기 보다 때론 들판 이름 모를 잡초의 풀내음이 상쾌하고 규범에 순응하며 잘 길들어진 삶보다 때론 거친 도전속 고난의 인생이 풍요롭다. 눈물 나는 회초리의 벌 보다 때론 침묵의 용서가 무섭고 하늘을 무너뜨릴 듯한 천둥소리보다 때론 고요한 정막의 시간이 두렵다... 각기 다른 생각속에서 만들어 가는 우리네 인생 다양함이 조화를 이루때 어쩌면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