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時) 이야기/자작시

아버지

푸른바위 2016. 2. 23. 08:13

어릴적 아버지는 위엄과 권위로서 우리를 대하셨다.

아마도 자식들을 엄격하게 교육시키려 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늘 무서운 존재로 기억되었고 피해 다녀야만 했다.

어린시설 아버지는 애정을 숨긴 체 우리를 사랑하셨던 것 같다.

 

대학시설 아버지는 무서움이 약해지셨고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멀리 떨어져 생활했기에 가끔씩 만날 때 면

자식에 대한 사랑을 조금씩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예전의 엄격하셨던 습관이 남아 있었어 인지

무뚝뚝 하셨지만 표정에서 난 아버지의 사랑을 느꼈고,

그런 아버지가 나는 좋았다.

 

사회인이 되고 이젠 아버지는

예전의 젊고 건강한 아버지가 아니셨다.

사회생활로 보는 기회가 적어졌고,

일년에 몇 차례 정도만 볼 수 있었고

그때마다 조금씩 약해지시는 아버지.

 

흰머리는 늘고,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페이고,

손마디는 거칠어 지셨고, 걸음걸이 에는 힘겨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더 이상 엄격하신 모습은 사라지고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가 왠지 가슴 아파서

차라리 예전의 무서웠던 아버지였음 했었다.

가슴 한 곳에서 흐르는 마음의 눈물이 떠나는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조금의 시간이 더 흐르고 아버지는 병이 드셨다.

회복하기 힘든 병을 몸에 지닌 체

그렇게 가끔씩 우리를 반갑게 맞이 하셨다.

바쁨을 핑계로 자주 찾아 뵙지도 못했고,

겉을 지키며 마음 어린 간호도 해드리지 못하였으며,

병을 고치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받치지도 못하였다.

 

아버지는 주는 사랑만 하시고, 받는 사랑은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하신 채 외롭게 세상을 떠나셨다.

마음의 빚을 갚지 못한 죄인으로 나를 남겨 둔 채

아버지는 그렇게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가 떠나신 후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아버지를 더욱 사랑한다.

내가 제대로 자식 노릇을 못한 죄책감도 있겠지만,

훗날 당신과 같은 아버지의 모습으로

내 자식에게 기억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가끔씩 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하는 바램을 해 보곤 한다.

부끄럽지만 받은 만큼의 사랑이라도 돌려드리고 싶고,

단 한번만이라도 내 모든 정성을 들여 모시고 싶은 생각에서이다.

 

세상이 허전한 날이면 무서웠던 아버지도 보고 싶고,

보살핌이 필요했던 아버지도 보고 싶다.

살아계시는 아버지를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아버지는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서 살아,

생전과 같이 나를 지켜보며 나를 응원해 주실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살아계셨을 때 보다

지금이 더 큰 존재로 내 가슴에 남아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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