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時) 이야기/자작시 68

가을풍경

멀리 도망간 하늘 아래에서 뭉개 구름 평화롭게 노닐고 황금빛 들녘과 푸른 창공의 투명한 공간사이로 찬란한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면... 뒤 늦게 피어난 코스모스 반가운 듯 고개 흔드네... 짖구은 바람이 억새밭을 깨워 은빛 출렁이는 물결을 만들면 신 이난 잠자리들이 비행 기술을 뽐내고 풍성한 들판위로 참새들의 약탈이 시작되면 허수아비의 힘겨운 몸짓을 알아차린 농부들이 서둘러 추수를 시작한다... 조금씩 깊어가는 계절을 따라 초록의 잎들이 비단처럼 한 올씩 수 놓고 색의 향연을 펼치며 화려한 축제를 열면 공연의 절정을 보기 위한 관람객들의 들뜬 마음을 실은 관광버스의 긴 행렬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버리고서야 혹한의 추위속에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연의 이치를 알고 있는 수목들이 마지막 생명을 불태우며..

철이 든다는 것

마음속에 생겨나는 수많은 의심과 번뇌들 불연 듯 찾아오는 탐욕과 분노들 그리고 알 수 없는 미소 속에 깃드는 자만과 오만들 예전에는 그저 한순간 머물러 가는 것들이라 자유롭게 마음속을 스치도록 방관 하였거늘... 그러한 나쁜 감정들의 일어남이 자의에 의해 저절로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시험이라는 사실이 왠지 서글퍼진다. 그저 어리석고 철없던 시절 미숙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던 스라린 기억들... 어쩌면 철이 들 어 간다는 것은 과거의 잘못된 경험과 기억의 상처를 치유하며 시행착오의 삶을 또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오늘의 삶을 가꾸어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만들어가는 노력의 과정이 아닐까...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잘못된 것들에 현혹되지 않고 나쁜 마음들로 부터 자유로워질 때 까지 하루..

자화상(1)

작은 티끌 같은 일들이 때론 하늘 전체의 무게로 전해오고 목숨처럼 소중한 일들이 시간의 물결 뒤편에 선 미소로 떠올리는 추억이 된다. 마음과 시간이 만들어 가는 변하는 진실속에서 오늘을 보낸다. 옳다고 믿었던 일들이 때론 잘못된 결과로 돌아오고 불안하고 초조해하며 기다렸던 일들이 의외의 기쁨으로 나타난다. 알 수 없는 미래의 결과 앞에서 분명해지는 내 초라함이 겸손하라 한다. 이미 나에게 주어진 삶이기에 제자리에 고여 섞어지는 물보다 무엇인가를 찾아 헤메다 흩어질지라도 내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지만 넘어서지 못하는 현실의 장벽이 욕심을 버리라 한다. 부족하고 모자라기에 때론 무모한 도전을 하고 내일을 알 수 없기에 고민하며 불안한 선택을 한다. 하루하루 이어지는 내 삶과의 투쟁 언제쯤에나 안정된 나를 ..

비운다는 것

비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비우면 얻을 수 있다는 현자의 말이 진실처럼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진리의 말이 의심으로 우둔한 머리를 채운다. 비워도 생겨나고 지워도 남아있는 애를 쓰면 쓸수록 더욱 더 속박되어져만 간다 비운다는 것은 꿈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탐욕과 집착을 버리라는 것임을 어리석은 해석으로 위안해 본다. 부질없는 욕심으로 나를 괴롭히지 않고 거짓 없는 마음으로 성심을 다할 때 밝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조화

현자의 다스림안에서의 평온보다 때론 우자의 작은 시끄러움이 즐겁고 부자의 풍요로움보다 때론 가난한자의 자유로움이 편하다... 정원의 아름다운 꽃향기 보다 때론 들판 이름 모를 잡초의 풀내음이 상쾌하고 규범에 순응하며 잘 길들어진 삶보다 때론 거친 도전속 고난의 인생이 풍요롭다. 눈물 나는 회초리의 벌 보다 때론 침묵의 용서가 무섭고 하늘을 무너뜨릴 듯한 천둥소리보다 때론 고요한 정막의 시간이 두렵다... 각기 다른 생각속에서 만들어 가는 우리네 인생 다양함이 조화를 이루때 어쩌면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마음열기

마음의 문을 열면 그 공간사이로 찾아오는 세상의 밝은 웃음들 어두운 마음 버리고 투명한 마음 만들면 숨겨진 세상의 진실이 그 속에 담긴다. 보여주는 만큼 보이는 세상의 모습 허지만 스스로 마음의 울타리를 세워 세상을 외면하고 혼자만의 안락한 공간속으로 자신을 숨겨 보호하지만 더 깊은 고독과 불안이 찾아들고 비틀어진 세상속으로 점점 빠져 든다... 나를 지킴으로서 세상과는 멀어지고 어쩌면 버리고 희생함으로서 가까워지는 공감의 기회가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서로 교감하는 어울림의 따뜻함이 행복을 만들어 주는 씨앗은 아닐까... 마음의 벽을 허물고 나를 보여야 한다 보여주는 것 조차 부끄러울 수 있고 도움을 받고 때론 기대는 것 조차 불편하고 웃으며 어울리는 것 조차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더불어 사는 정을 나..

만남

열 번을 만나도 마음속에 머무르지 않고 우연히 스쳐 지나지만 깊은 흔적되어 마음속에 그려지는 것은 왜 일까... 설레는 마음 애써 감추며 돌아서지만 멀어질수록 그를 찾아 떠나는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것은 왜 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커져가는 그의 존재 내 삶의 희망으로 피워나고 이젠 그를 지켜야 한다는 이 터무니없는 믿음은 무엇일까... 다가오는 다른 인연을 멀리하고 마음속에서 그를 소중하게 간직하는 길만이 언제가 다시 볼 수 있을거라는 허황된 소망이 이 시간을 채운다...

나의 여인(1)

아무리 멀리 있어도 그를 느끼고 힘든 시간속에서도 그를 잊지 않고 어떤 시련이 다가와도 소중한 사람으로 푸른 하늘이 내 삶에서 사라지는 그날까지 내 겉의 나의 여인이게 하소서... 봄에 그가 꽃이 되어 향기로우면 나는 색동무늬 나비되어 그를 찾고 여름에 그가 초록으로 싱그로우면 나는 비되어 푸르름 더해주고 가을되어 오색단풍으로 화사하게 단장하면 나는 짖굿은 바람되어 그의 얼굴 붉게 만드리... 겨울되어 향기 사라지고 초록이 다하여 낙엽되어 하나 둘씩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되어 초라해질때 나는 하이얀 눈 되어 그를 감싸면 그는 백설의 눈꽃으로 다시 피어 동화속 이야기처럼 나의 공주가 되네... 그의 존재가 내 생명의 심지되고 나는 그를 보호하는 초가 되어 그와 함께 우리의 인생을 비추다 내 몸이 그와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