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이야기/일의 기술

목계지덕(木鷄之德)

푸른바위 2024. 5. 8. 16:16

 

목계지덕(木鷄之德)의 사전적 의미는 '나무로 만든 닭처럼 일에 흔들림이 없다'라는 말이다. 즉 나무로 만든 닭처럼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잘 제어할 줄 아는 덕을 갖추었다. 를 말한다. 하지만 목계지덕 전체의 의미는 최고의 싸움닭(전문가)이 되는 과정일 설명한 이야기이다. 이를 내 일의 방식인 ‘전문가가 되는 과정’과 비교하여 설명을 해보겠다. 목계지덕(木鷄之德)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닭싸움을 몹시 좋아하던 주나라의 성왕이 당시 투계(鬪鷄) 조련사였던 '기성자(紀渻子)'라는 사람에게 자신의 닭을 맡겨서 최강의 싸움닭으로 만들어 달라고 명하였다.

 

맡긴 지 열흘이 지난 후, 왕은 기성자에게 닭이 싸우기에 충분하냐고 물었다. 이에 기성자는 "닭이 강하긴 하나 교만합니다. 그 교만이 없어지지 않는 한 최고의 투계는 아닙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닭이 강하긴 하나라는 의미는 싸움닭의 기초자질인 근력과 기술은 갖추어졌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아직은 작은 실력으로 교만함을 버리지 못하는 단계를 말한다. 내 일의 방식 중 첫 번째 단계인 학습단계를 말한다. 지초지식을 배양하는 단계이다. 무예에서는 기초자질(근력과 기술)을 키우는 단계이다.

 

또 열흘이 지나서 왕은 기성자에게 똑같이 물었다. “교만함은 버렸으나 너무 조급해 진중함이 없습니다. 태산처럼 움직이지 않는 진중함이 있어야 최고의 투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다. 기성자가 대답했다. “조급함은 버렸으나 상대방을 노려보는 눈초리가 너무 공격적입니다. 그 공격적인 눈초리를 버려야 합니다. 눈초리가 너무 공격적이어서 최고의 투계는 아닙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이 단계는 기초자질을 갖춘 후의 단계를 말한다. 작은 실력으로 뽐내는 것을 버리고, 무엇인가를 이루어 보겠다는 조급함, 즉 마음이 앞서는 것 마저 버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아직도 마음속에 살기는 버리지 못하는 단계이다. 이는 마음의 동요가 아직도 있다는 말이다. 냉철함을 잃어버릴수가 있다. 내 일의 방식 중 두 번째 단계인 숙달단계를 말한다. 미흡한 부분을 숙달하고, 단점(정신적인 부분포함)을 보완하며 수련하는 단계이다. 이때는 성급히 성과나 승부를 내야 하겠다는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 미흡함과 단점들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또 다시 열흘이 지나 40일째 되는 날 왕이 물었다. 기성자가 대답했다. “이제 됐습니다. 상대가 울음소리를 내어도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상대에게도 동요하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며 마치 나무로 깎아 놓은 닭(木鷄)같습니다. 그 덕(德)이 온전해진 것입니다. 다른 닭은 감히 상대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부리를 감출 것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이 단계는 최종단계로서 마음속의 살기마저 없어지고, 마음이 평정해지며 의연해지는 단계를 말한다내 일의 방식 중 세 번째 단계인 창조단계를 말한다. 기존의 기술들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술들을 만들 수 있는 창조적인 힘이 생겨나는 단계이다. 나만의 기술들을 만드는 단계이다. 무예에서는 공격적인 마음을 버리고 어떠한 마음의 동요도 없는 단계이다. 무심(無心)의 단계이다

 

장자의 또 다른 이야기 열어구편을 보면 열어구는 활을 잘 쏘는 명사수이다. 활을 쏠 때에 팔에 물 잔을 올려놓고 쏘아도 흔들림이 없을 정도로 실력이 좋았다. 그러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절반의 고수였다. 열어구는 자만을 했다. 그래서 스승이 천길 절벽위에서 활을 쏘아보라고 했다. 열어구는 일어서지도 못했다. 열어구는 주변 환경에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고 좌우되는...즉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절반의 고수였다. 고수는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그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마음의 동요가 없어야 하며, 평정심을 유지하고 의연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이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마음이 무심의 단계가 되어야 한다.

 

나는 북한산 노적봉을 프리솔로로 등반 했을 때에 무심의 단계에 올랐다. 자세하게는 완전하지는 못해도 이것을 이해했다. 나는 난이도 5-13을 등반하고도 노적봉에 서면 위압감에 오르지 못했다(노적봉 희망길은 최고 난이도가 5-11정도). 실력은 있어도 산이 주는 위압감에 두려움이 왔다. 그래서 여러 차례 붙어 보고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내려왔었다. 아쉽지만 물러서야만 했다(싸움으로 말하면 상대방의 기운에 진 경우). 그러나 숙달하고(바위를 다룬다는 의미를 깨닫고), 마음을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고서야 그 위압감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몇 차례 시험등반을 하고, 프리솔로 등반에 성공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초실력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다스려야 한다. 암벽분야에서는 기초실력(근력, 기술)과 마음(두려움, 자만)을 다스리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두려움이 오면 오르는 곳도 오르지 못하고, 자만이 오면 실수하여 사고가 난다. 주식분야에서는 기초실력과 탐욕과 공포를 이겨야 한다. 탐욕이 오면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고, 오히려 추격매수를 한다. 반면 공포가 오면 기다리지 못하고 손절을 하여 손실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