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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3)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건 조금씩 삶의 시간을 잃어가는 과정일까... 아니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일까... 인생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희생시켜 무엇인가를 찾고 얻어가는 과정이라면 난 잃어버린 만큼 무엇을 얻은 것일까... 얻은 것보다 잃어버린 것이 많은 인생 그래서 이뤄야 한다는 다급함에 쫓기고 손실만큼 무엇인가로 보상 받으려고 이리저리 허둥대는 모습이 불쌍한 오늘.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잃은 것보다 알지 못하는 무지가 슬픔의 무게를 더하여 전해온다. 남들을 보며 상대적 빈곤감에 빠지고 성공을 꿈꾸지만 자꾸만 멀어져만 가는 때론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며 지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지만 굴러가는 시간의 톱니바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 과정을 반복한다.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건..

인연설---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합니다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 버려야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고 싶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작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한다는 증거요 가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르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잠시라도 함께 할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지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애처롭기까지만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

신부---서정주

신부는 초록 저고리와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 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 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십년인가 오십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 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

반만의 사랑

기억하고 싶지만 잊어야만 하고 기억되고 싶지만 잊혀져야만 하는 바라는 대로 이뤄지지 않는 아쉬움이 많은 우리네 인생 그래서 가끔의 기쁨에 많이 감사하는 걸까... 만나고 헤어짐이 많은 오늘 떠나보낼 때 조금 덜 아파하고 새로이 누군가 다가왔을 때 거부하지 않는 편한 사랑을 하자 모든 것을 다 주어버리기에 이루지 못할 사랑될 때 모든 것을 잃고 텅 빈 마음 되어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닐까... 내 마음의 반만으로 사랑을 하자. 너무 큰 것을 바라지도 말고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만 주고 잃어도 슬퍼하지 않을 만큼의 조금은 부족한 사랑을 하자. 아픔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반만의 사랑. 그러면 혹시 헤어질 때에도 어색한 표정일지라도 웃음지어며 보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