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이야기/암벽 등반

등산기술---미끄럼에 대한 고찰

푸른바위 2022. 6. 1. 10:54

암벽등반은 중력과 미끄럼을 이기는 운동이라 했다. 중력은 근육의 힘을 사용하여 이겨야만 한다. 그래서 자신의 체중을 이길 수 있는 근력을 스스로 인위적으로 키워야 한다. 그러나 미끄럼은 그렇지 않다. 미끄럼은 힘(체중)의 작용방향에 따라 제어 할 수 있다. 그래서 암벽등반은 이 미끄럼 제어 기술을 익혀야만 실력 있는 암벽등반가가 될 수 있다. 물론 이 미끄럼도 근력의 힘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경우 체중과 미끄럼을 모두 근력으로 이겨야 하므로 아주 강한 근력이 필요하게 되고, 또한 많은 체력이 소모된다. 즉, 힘의 낭비가 많아 비효율적인 등반이 된다. 그래서 근력으로만 하는 등반은 힘이 들고 어려운 것이다.

 

이제 미끄럼에 대한 의미와 발생 원인에 대하여 알아보고, 제어하는 기술도 알아보자.

‘미끄럼’은 지면이 경사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그리고 ‘미끄러진다’라는 의미는 물체의 하중이 경사진 면에 수직하게 작용하지 못해 밀려 내려오는 현상이다. 아래의 그림을 통하여 자세히 알아보자.

 

*미끄럼은 마찰력(표면 거칠기)에 의해 달라지나 여기서는 물리학 공부가 아니므로 제외하고, 순수하게 힘(무게)과 힘의 방향이 미끄럼에 미치는 영향을 개념위주로 설명하기로 한다.

*물체와 힘의 방향을 합하여 사람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사람은 몸동작에 의해 스스로 힘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경사진 면에 물체가 그림처럼 놓여 있다고 하자. 이 물체에 ⓐ방향에서 힘이 작용하면 이 물체는 미끄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힘의 방향이 경사면과 수평하게 작용하므로 미끄럼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그림 ⓑ에서 힘이 작용한다면 ⓐ보다 미끄럼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그리고 그림 ⓒ처럼 힘이 물체를 경사면쪽으로 미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미끄럼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적다. 즉 힘이 경사면에 수직하게 작용하면 미끄럼은 가장 적어지는 것이다.

 

그럼 우리가 경사면을 등반한다고 생각해 보자.

ⓐ는 우리가 상체를 경사면 쪽으로 숙이고, 손으로 경사면을 잡고 등반하는 형태로 비유해 볼 수 있다. 즉, 우리 몸(힘)이 경사면과 평형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때가 미끄럼이 가장 발생하기 쉬운 등반자세가 되는 것이다. 주로 손을 위주로 하여 등반하는 사람들(초보자등)의 등반자세이다.

 

ⓑ는 우리가 상체를 세우고 등반하는 형태로 비유해 볼 수 있다. 이때는 미끄럼이 ⓐ보다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이러한 자세는 손으로 경사면을 잡더라도 허리는 곧게 펴고 상체를 세우며 등반해야 한다. 걸어서 오를때도 자세는 동일하나 이를 경우 몸의 무게중심을 낮추어 등반하면 안전도가 증가한다. 주로 발을 위주로 하여 등반하는 사람들의 등반자세(중고수)이다. 나는 이러한 자세로 숨은벽능선 대슬랩을 걸어서 등반했다.

 

ⓒ는 우리가 상체를 수직에서 뒤로 넘기며 등반하는 형태로 비유해 볼 수 있다. 이때가 미끄럼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적다. 하지만 이 경우는 무게 중심을 잃어 추락할 가능성이 크므로 등반을 자제해야 한다. 걸어서 등반하는 형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잡는 홀더가 좋아 체중을 뒤로 넘겨도 지지해 줄수 있다면 반드시 이러한 자세로 등반해야 적은 힘으로 미끄럼을 방지할수 있다.

 

결론적으로 암벽을 등반할 때  잡는 홀더가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자세는 물론 ⓒ다. 그러나 슬랩같은 곳에서는 취하기 어려운 자세이며 추락의 위험성이 크다.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자세는 추락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가장 미끄럼이 적게 발생하는 ⓑ형태가 적합하다. 결국 ⓑ와 ⓒ의 자세는 암벽의 형태(홀더의 유무등)에 따라 결정되므로 암벽여건에 따라 적정하게 취하여 주면 된다. 

 

미끄럼은 우리가 등반자세를 어떻게 취하는냐에 따라 조정(제어)할수 있다. 즉 우리 체중(힘)을 경사면에 어떤 방향으로 작용시키는냐에 따라 미끄럼은 증가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미끄럼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이 제어 기술이 좋아야만 암벽등반 능력이 좋아지게 된다.

 

또한, 미끄럼은 손으로 홀더를 잡을 때에도 우리가 체중을 어떻게 작용시키는냐에 따라 손의 미끄럼이 달라지며, 발로 경사면을 밟았을 때도 어떻게 밟고 체중을 어떻게 작용시키는냐에 발의 미끄럼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리고 손과 발의 근력의 세기에 따라서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