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이야기/일의 기술

무심(無心)에 대하여...

푸른바위 2025. 3. 30. 09:56

무심(無心)의 사전적 의미는 감정이나 생각하는 마음이 없음을 말한다. 무심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무심은 고수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말한다. 이 말은 장자편에 나온다, 장자 잡편에 보면 열어구는 한팔에 물잔을 올려놓고 활을 쏘아도 백발백중의 명사수이다. 그러나 두려운 상황에서는 활도 쏘지 못하는 하수에 불과 하다고 스승은 일깨운다.

 

나는 무심(無心)을 암벽 등반을 통하여 배우게 되었다. 두려움이 오면 평소 오르는 곳도 못 오르게 된다. 몸이 위축되고 자신감이 떨어져 시도할 마음이 생기지 않게 된다. 프리솔로 암벽등반은 실력이 반이고, 담력이 반이다.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자기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처음 암벽등반을 시작할 때, 무턱대고 올라 놓고 내려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두려움이 왔고, 처음에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신게 빌었다. 다시는 오르지 않겠다고 하면서...하지만 얼마가지 못해 다시 도전을 하고 또 빌고 했었다. 이런 경우가 여러 번 지속되고, 신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불손한 마음이 들어 더 이상 빌지 않고 두려움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두려움으로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어 보았고, 때론 죽음의 공포에 압도되어 30분 이상을 움직이지 못한 적도 있었다. 내 의지로 내 몸을 조정하지 못했었다. 나는 지금까지 떨어지면 죽을 곳을 100여 차례 이상 등반을 했다.

 

두려움은 여러 가지 기능을 한다. 우리가 위험에 처했을 때 신호를 주어 자신을 보호하라는 방어기재의 역할을 한다. 이것은 좋은 기능이다. 반면 우리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나쁜 기능도 가지고 있다. 후자의 두려움을 다스려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두려움에 지는 것은 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두려움이 오면 처음에는 온몸으로 확산하는 것을 머리에 힘을 주어 차단했다. 그리고 심호흡을 통하여 긴장된 몸을 이완시켰다. 여러 차례 반복하며 안정을 찾으려고 했었다. 지금은 두려움이 오면 어렵지 않게 차단할 수 있는 단계가 되었다. 지금은 암벽등반 시에 두려움도 자만도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 손해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능력을 위축시키고, 자만은 실수를 유발하게 한다. 그래서 무심으로 밟고 잡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주식투자에서도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공포로 사야 할 시기에 쪽박 찰 것 같은 두려움으로 오히려 매도했고, 팔아야 할 때에 더 오를 것 같은 탐욕으로 오히려 더 사서 손해를 초래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일을 할 때에 기술만 있어서는 고수가 되기 어렵다. 마음까지 다스려야 진정한 고수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두려움을 차단하는 능력을 생활에도 확장해 사용하고 있다. 생활에서는 잡념(불필요한 생각)을 차단하는 것에 집중했다. 불필요한 생각(나쁜 생각, 의심, 탐욕, 시기, 욕망, 비관, 자아도취, 망상 등)은 어쩌면 자기를 괴롭히는 것일 수 있다. 경계하고 어울리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근심 걱정이 적어지고, 정신건강이 좋아졌다. 혼자 있으면 마음이 평화스러워진다. 그리고 집중력이 좋아진다. 그래서 예전처럼 힘들게 생각하지 않아도 같은 결과를 얻는 것 같다. 아마 잡념으로 복잡한 머리가 혼란스럽지 않아 상대적으로 머리가 좋아지는 것 같다.

 

무심(無心)은 불필요한 마음을 없애는 것이다. 불필요한 마음에 지지 않는 것이기도 하고,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이것을 더 발전시키면 모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될 것이다. 이를 공자님은 종심(從心)이라고 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