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時) 이야기/작가시

사모---조지훈

푸른바위 2015. 12. 27. 17:50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달라지만
남자에게 있어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어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다가 지쳐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한잔은 너와 나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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