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북올림에서 만든 ‘장자이야기’ 중 활을 잘 쏘는 열어구에 관한 글이다. 그대로 옮겨보았다.
옛날 어느 마을에 활을 잘 쏘는 열어구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는 백혼무인이라는 스승으로부터 활쏘기를 배웠는데 여러 제자들 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났습니다. 열어구가 교만한 태도로 활쏘기를 함께 배운 문하생들에게 말했습니다. “다들 내 실력을 보게. 나보다 활을 잘 쏘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걸세.” 열어구는 실력을 뽐내려고 활시위를 팽팽하게 잡아 당겨습니다. 한쪽 팔 위에 물을 가득 채운 잔을 올려 놓은 채 활시위를 놓았습니다.
첫 번째 화살이 막 나아가고 있을 때, 두 번 번째 화살이 시위를 떠나는가 싶더니, 세 번째 화살이 어느덧 시위에 물려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팔에 놓은 잔 속의 물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열어구는 마치 나무로 깎아 놓은 사람처럼 꼼작 않고 서 있었습니다. 이를 본 문하생들은 넋이 빠진 듯 그를 쳐다 보았습니다. “정말 대단한 활 솜씨구만. 신기에 가까운 재주야.”
그러나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백혼무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것은 무심의 활쏘기가 아니다.” “즉 쏜다고 생각하면서 쏜 것이지 아무 생각 없이 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백혼무인이 이어 열어구에게 말했습니다. “나를 따라 오거라. 내가 정한 곳에서 활 쏘는 모습을 보고 싶구나.” 백혼 무인은 앞장서서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어느덧 발은 비바람에 깍인 수백 길 넝떠러지 위에 아슬 아슬 하게 걸린 바위를 오르고 있었습니다.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저 아래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강물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습니다. 백혼 무인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좁은 낭떠러지를 가리키며 열어구를 불렀습니다. “자 이곳에 서서 활을 쏘아 보거라.” 열어구는 벌벌 떨며 주변을 살피더니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스승님 저곳에서는 도저히 활을 쏠 수가 없습니다.” 비지땀을 얼마나 많이 흘렸는지 열어구의 바지는 온통 젖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백혼무인이 말했습니다. “무릇 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의 정신과 기상은 추호도 변하지 않는다.”, “위로는 푸른 하늘을 쳐다보고 아래로는 지옥까지 잠겨드는 법이지.”, “스승님, 제 활 실력이 이렇게 미천할 줄 미쳐 몰랐습니다.” 이어 백혼 무인이 다시 말했습니다. "너는 지금 겁을 먹어 눈이 어지러울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천하의 명사수라 해도 제대로 활을 쏘지 못하는 법이다."
북울림 해석편 : 이야기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보기에 열어구는 세상에 둘도 없는 고수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무심( 無心) 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 하수에 불과했습니다. 어쩌면 진짜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한 장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화엄경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일체무애인(一切無碍人) 일도출생사(一道出生死)' 매사에 걸림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만이 생사의 번뇌를 벗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나의 해석편 : 장자는 고수의 조건으로 무심( 無心) 을 이야기 했다. 아무리 기술이 좋은 명사수라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진정한 고수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두려움으로 자기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는 하수에 불과 한것이다. 고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연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 할 수가 있다. 나는 이러한 마음을 암벽등반을 통하여 알았다. 프리솔로 암벽등반의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실력뿐만 아니라 두려움을 이길수 있는 마음이 갖추어 져야 한다. 나는 등반시에 두려움과 자만을 모두 버리려고 한다. 두려움이 오면 오르는 곳도 못오르게 되고, 자만이 오면 실수를 유발하여 위험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마음을 모두 버리려고 한다. 무심이 되어 오직 밟고, 잡는데에만 집중한다. 프리솔로 암벽등반에서는 두려움과 자만을 다스려야 한다. 그래야 고수이다.
나는 이러한 마음을 주식투자에서도 느꼈다. 급락장에서 공포로 사지 못하고, 급등장에서 탐욕으로 팔지 못한다면 돈을 벌수 없다. 그리고 추격매수를 하고 싶은 조급함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주식투자에서는 실력이 있어도 진정한 고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주식투자에서는 공포와 탐욕, 조급함을 다스려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고수가 될 수 있다.
장자는 목계지덕(木鷄之德:나무로 만든 닭의 덕)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최고 싸움닭의 경지로 '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상대에게도 동요하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며 마치 나무로 깎아 놓은 닭(木鷄)같습니다. 그 덕(德)이 온전해진 것입니다. 다른 닭은 감히 상대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부리를 감출 것입니다.' 라고 말한다. 이 단계는 싸움닭 최고 경지의 단계로 마음속의 살기마저 없어지고, 마음이 평정해지며 의연해지는 단계를 말한다. 살기가 있다는 것은 조금이라도 마음의 동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일만의 실수도 유발할수 가 있다는 뜻이다. 이것 마저 없어진 단계,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단계, 즉 무심의 단계가 최고수의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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