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時) 이야기/작가시

친구에게...---이해인

푸른바위 2016. 4. 9. 21:17

부를 때마다 내 가슴에서 별이 되는 이름
존재 자체로 내게 기쁨을 주는 친구야
오늘은 산 숲의 아침 향기를 뿜어내며
뚜벅뚜벅 걸어와서
내안에 한그루 나무로 서는 그리운 친구야

때로는 저녁노을 안고 조용히 흘러가는 강으로
내안에 들어와서 나의 메마름을 적셔 주는 친구
어쩌다 가끔은 할 말을 감추어둔
한줄기 바람이 되어
내안에서 기침을 계속하는 보고 싶은 친구야

보고 싶다는 말속에 들어 있는 그리움과 설레임
파도로 출렁이는 내 푸룬 기도를
선물로 받아주겠니
늘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할때 방긋 웃으며
내 손을 잡아 주던 따뜻한 친구야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어 모였다가 어느날은 
한편의 시가 되고  노래가 되나 보다
때로는 하찮은 일로 너를 오해하는
나의 터무니없는 옹졸함을
나의 이기심과 허영심과 약점들을
비난보다는 이해의 눈길로 감싸 안는 친구야

하지만 꼭 필요할 땐 눈물 나도록 아픈 충고를 
아끼지 않는 진실한 친구야
내가 아플 땐 제일 먼저 달려오고
슬픈일이 있을 땐 함께 울어 주며
기쁜일이 있을 땐 나보다 더 기뻐해주는 고마운 친구야
고맙다는 말을 자주 표현 못했지만
세월이 갈수록 너는 또 하나의 나임을 알게 된다

너를 통해 나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기뻐하는 법을 배운다
참을성 많고 한결같은 우정을 통해
나도 너에게 끝까지 성실한 벗이
되어야겠다고 새롭게 다짐해 본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 못해 힘든 때도 있었지만
화해와 용서를 거듭하며 오랜 세월 함께 견뎌온
우리의 우정을 감사하고 자축하며 
오늘 한 잔의 차를 나누자
우리의 우정을 더 소중하게 가꾸어 가자
많은 사람들이 춤추며 지나가게 하자
우리 모든 이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행복한 이웃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벗이 되자
이름을 부르면 어느새 내안에서
푸른 하늘로 열리는 그리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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