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이야기

북한산 노적봉 희망길 개척기(開拓期)

푸른바위 2023. 5. 31. 14:27

 

어제 노적봉 프리솔로를 위하여 답사를 계획했다. 안전을 위하여 암벽화를 신고 등반하기로 했다. 초행길이라 무엇보다 안전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답사는 예전 내가 정리한 노적봉 릿지 2선길을 선택했다. 선택한 사유는 인터넷에 돌고 있는 노적봉 개념도를 보면 이 길이 릿지길로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길 초입부에는 사망사고 표지판이 있다. 처음에는 이 표지판을 보고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땅에 사람이 죽지 않는 곳이 어디 있으랴’라고 생각하고 주의만 한다. 이 부근에서 배낭을 풀고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등반을 시작했다. 이미 이 길은 2차례나 시험등반을 했던 곳이다. 이번에는 오를 수 있는 곳까지 등반하여 전체적인 난이도를 체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1구간은 큰 침니가 있는 곳으로 다소 쉬운 편이다. 위쪽으로 갈수록 침니가 작아진다. 그리고 1구간의 끝부분에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1구간은 큰 어려움이 없는 곳이다. 중급자의 실력이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곳이다.

 

2구간은 1구간 끝부분의 소나무 이후부터이다. 초입부가 약간 경사가 급해서 처음 접하면 다소 어려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미세하기는 하지만 홀더가 있어 이를 이용하면 등반이 어렵지 않다. 2구간은 전체적으로 1구간보다 침니가 아주 작아진다. 그리고 노적봉 중앙부까지 이어지다가 사라진다. 이 침니 길의 몇 군데에는 직상하는 부분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3구간은 노적봉의 중앙부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2구간의 침니가 사라지고, 쉴 정도의 경사가 완만한 지점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소나무 1섬까지의 구간이다. 이곳에서 정상부를 보면 우측은 경사가 급하다. 그나마 좌측이 경사가 완만하다. 그래서 좌측 사선방향으로 등반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망설임이 왔다. 옆으로 장비를 갖추고 암벽 등반을 하는 등반가에게 물어 보니 모른다고 한다. 경사도 급해지고 혹시나 길이 없을까 싶어 고민에 빠졌다. 사실 내려가지도 이제는 만만찮다. 제법 먼 길을 올라왔기 때문이다. 차분히 마음을 안정시키고 등반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경사가 약한 좌측상부로 비스듬히 올랐다. 이곳은 덮장바위가 위를 막고 있다. 좌로 횡단하면 상부로 바위가 갈라진 틈이 있어 보였다. 혹시나 길이 없으면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횡단길이 그리 길지가 않다. 최악의 상황이라도 다시 돌아 올수 있는 거리 같아 보였다. 5m 정도를 횡단하니 상부로 침니 형태로 바위가 갈라져 있다. 우측에 볼트가 박혀 있고, 올라갈 만 하다. 이곳을 올라서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홀더가 좋아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올라서니 좌우로 경사가 완만한 마당바위 같은 곳이 나타난다. 두 명의 암벽등반가가 쉬고 있다. 목례정도를 하고 등반을 계속했다.

 

4구간은 소나무섬을 연결하여 등반하는 구간이다. 3곳의 섬이 있고 마지막 섬이 가장 크다. 다른 구간에 비하여 쉬운 편이나 섬을 연결하는 부위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5구간은 소나무섬을 벗어나 정상부로 향하는 마지막 구간으로 밴드형태의 바위가 나타난다. 이곳은 ‘소나무길’의 상부지점이라 다소 익숙한 곳이다. ‘소나무길’은 이미 두 차례 등반했었기 때문이다. 이 구간은 가장 쉬운 구간이다. 그러나 고도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등반은 계획하지는 않았다. 답사가 목적 이였으나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지 않아 등반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두려움이 오는 구간은 없었으나 3구간에서 4구간으로 올라서는 곳에서 망설임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무난했으며 릿지등반 코스로는 아주 훌륭한 곳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되는 루트이다. 최근에 개척한 노적봉 남벽릿지 보다는 다소 쉬운 루트라 생각이 된다. 남벽릿지의 초입은 슬랩부로 난이도가 5-11정도인데, 희망길은 이곳보다 난이도가 높은 곳은 없는것 같다.

 

나는 능선릿지를 주로 하는 프리솔로 등반가이다. 프리솔로에게 마인드컨트롤은 실력만큼이나 중요하다. 그중에서 두려움과 자만을 다스려야 한다. 나는 두려움이나 자만이 오면 차단한다. 그냥 무심(無心)의 마음으로 냉철하게 오른다. 두려움이 오면 오를 수 있는 곳도 주저하고 물러선다. 그리고 자만이 있으면 내 실력으로 오를 수 없는 곳도 무리하게 시도하다 사고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오를 수 있는 곳이라면 용기를 내어 올라야 하고, 오를 수 없는 곳이라면 아쉬워도 물러서야 한다.

 

그래서 무심(無心)의 상태를 유지하고 냉철하게 오를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오직 밞고 잡는 곳에만 생각을 집중한다. 주변의 상황에 동요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자칫 높은 고도에서는 까마득한 아래를 보면 두려움이 찾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노적봉으로 가는 도중 기린봉에서 까마귀부부가 나를 반겼다. 매번 난이도 높은 릿지를 하려고 산을 찾으면 까마귀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불길한 징조가 아닌가 싶어 마음이 쓰였는데, 어느 때부터는 자연스러워 졌다. 이제는 이놈들이 나의 친구다. 나는 산을 찾으면 자연과 교감을 하려고 한다. 물론 이것이 어렵겠지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예전 설악산을 등반할 때에 신비로운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자연은 친구가 되었다.

 

이번은 두 놈이 아주 가까이에서 나를 따른다. 프리솔로 지점까지 낮게 날며 따라온다. 등반 후 하산 길에도 두 놈이 머리에 부딪칠 정도로 가까이서 이리저리 날며 기린봉 까지 배웅한다. 다음에 또 보고 싶은 놈들이다. 자꾸 그들이 생각이 난다. 이젠 까마귀도 친구다.